가난한 새의 기도
-이해인 시-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길을 떠나는 철새의 담담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야생의 새들은
비만이 없답니다.
비만이 되면 날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육체의 비만이 우리의 생활을 힘들게 하듯,
영혼의 비만인 욕심과 집착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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