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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님의 시 [청포도]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흠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