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
-정호승 詩-
덕수궁돌담길을 걸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내 입이 꽃봉오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덕수궁 돌담길은 길의 애인이고
길의 어머니이므로
덕수궁 돌담길을 함꺼 걸으며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내 입에서 꽃이 피어났으면 좋겠어요
입속에 가득 꽃씨를 담고 있다가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꽃이 피어나
덕수궁 돌담 가득 꽃다발이 걸리면 좋겠어요
덕수궁 돌담길을 걸은 수많은 발자국들
밤이면 발자국들끼리 만나
서로 사랑한다지요
*정호승시집 《당신을 찾아서》의 130p에 실린 詩^^
*펴낸곳:(주)창비
*초판1쇄 발행:2020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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