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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시인의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
    시:이채

삶이 한 그루 나무라면 
나는 뿌리일 게다
뿌리가 빛을 탐하더냐 
행여라도 내 삶의 전부가 
꽃의 표정이라고 생각하지 마 

꽃이 필 때까지 
나는 차가운 슬픔의 눈물이었어 
잎이 돋을 때까지
나는 쓰라린 아픔의 몸부림인 걸 

알고 있니 
나무가 겨울일 때 
뿌리는 숨결마저 얼어붙는다는 걸 
꽁꽁 얼어버린 암흑 속에서 
더 낮아져야 함을 
더 깊어져야 함을 깨닫곤 하지 

힘겨울수록 
한층 더 강인해지는 나를 발견해 
그 어떤 시련도 
내 꿈을 빼앗아가진 못하지 

삶이 한 그루 나무라면 
나는 분명 뿌리일 게다 
뿌리가 흙을 탓하더냐 
다만 겨울을 견뎌야 봄이 옴을 알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