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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님의 시 [자목련]

자목련
-도종환-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 안고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자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