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김재진-
미안하다 아들아, 오래 누워 있어서.
얼른 가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바깥엔 몇 번이나 계절이 지나가고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어머니는
입술을 움직인다.
봄이 와도 미안하구나.
가을이 와도 미안하구나.
계절 바뀌는 것도 송구하다며
안 가고 오래 살아 죄인 같다며
떨어지는 꽃잎처럼 물기 다 빠진
입술 달싹거려 사죄한다.
어머니 가시던 날,
내리던 비 그치고
화장터 가는 차 속에서
바깥을 내다보며
꽃에게 미안하다.
풀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산다는 건 알고 보니
미안한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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