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정호승 詩-
길이 아니면 가지 않으리라
가지 않으면 길이 아니리라
당신이 기다리는 강가의 갈대숲
젊은 나룻배 한척 외로이 떠 있는
그 길이 아니면 떠나지 않으리라
산란을 마치고 죽은 어머니를 위해
내 비록 꽃상여 하나 마련해드리지 못했으나
난류의 숲길을 따라
강한 바다의 바람 소리를 헤치고
내 어머니처럼 어머니가 되기 위하여
머나먼 대륙의 강으로 길 떠나리라
견딜 수 없으면 기다릴 수 없으므로
기다릴 수 없으면 사랑할 수 없으므로
내 비록 배고픈 물고기들에게
온몸의 심장이 다 뜯길지라도
당신이 기다리는 강기숡
붉은 달이 뜨면 사람들이 가끔 찾아와
한줌 재를 뿌리고 묵묵히 돌아가는
그곳에 다다라 눈물을 뿌리리라
*정호승시지 《당신을 찾아서》51p에 실린 詩
*펴낸곳:(주)창비
*초판1쇄 발행/2020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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