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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님의 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한 마음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뜷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