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박목월시인의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 북으로
틔어있는 골목마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기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