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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님의 시 [침묵하는 연습]

침묵하는 연습
-유안진-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다음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든, 기쁨이든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