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바라밀시(六婆羅密詩) ‘애 인’
-춘원 이광수 -
님에게는 아까운 것 없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布施)를 배웠노라.
님께 보이자고
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지계(持戒)를 배웠노라.
님이 주시는 것이면
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인욕(忍辱)을 배웠노라.
천하에 많은 사람가운데
오직 님만을 사모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정진(精進)을 배웠노라.
자나 깨나 쉴 새 없이 님을 그리워하고
님 곁으로만 도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선정(禪定)을 배웠노라.
내가 님의 품에 안길 때에
기쁨도 슬픔도 님과 나의 존재도 잊을 때에
거기서 나는 살바야(智慧)를 배웠노라.
인제 알았노라.
님은 이 몸께 바라밀을 가르치려고
짐짓 애인(愛人)의 몸을 나툰
부처님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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