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이기철-
온 세상을 다 바꿔버려도 해바라기는 바뀌지 않는다.
온 세상 다 빨간 칠을 하여도 해바라기는 노란 색이다
산이 떠나가도록 고함을 질러도 해바라기는 놀라지 않는다
억수 같은 소낙비 속에서도 해바라기, 그 가는 목은 꺾이지 않는다
꼿꼿하고 싶지만 생각이 깊어서 목을 숙인다
며칠 앓다가 나가 보면 해바라기가 크게 우는 징 같다
나뭇잎이 쇠는 날도 해바라기는 불타오른다
시퍼런 여름날을 지그시 누른 그 얼굴을 보며
'내가 누군가'를 하루의 바깥에서 묻는다
*펴낸곳:시정시학
*이기철시집 《꽃들의 화장 시간》23p에 실린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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