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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수녀님의 [어떤 죽은 이의 말]

어떤 죽은 이의 말
-이해인 詩-

안녕?
나는 지금 무덤 속에서
그대를 기억합니다

이리도 긴 잠을 자니
편하긴 하지만
땅속의 차가운 어둠이
종종 외롭네요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보고 싶은 이들도 많은데
이리 빨리 떠나오게 될 줄 몰랐지요
나의 떠남을 슬퍼하는 이들의
통곡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선해요

서둘러 오느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해 미안합니다
꼭 한 번만 살 수 있는 세상

내가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돌아간다면 더 멋지게 살 거라고
믿는 것도 나의 착각일 겁니다

내 하고 싶은 많은 말들
다 못하고 떠나왔으나
그래도이 말만은 꼭 하고 싶어요

삶의 정원을
순간마다 충실히가꾸라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새겨듣고
웬만한 일은 다 용서할 수 있는
넓은 사랑을키워 가라는 것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은 아니라도 좋아요
그저 물과 같이 담백하고 은근한 우정을
세상에 사는 동안 잘 가꾸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큰 사랑이 된다는 것
오늘도 잊지마세요. 그럼 다음에 또...

*펴낸 곳: 분도출판사
*1993년 5월 15일 초판
*이해인 기도시 모음[사계절의 기도] 410-411p의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