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은 이의 말
-이해인 詩-
안녕?
나는 지금 무덤 속에서
그대를 기억합니다
이리도 긴 잠을 자니
편하긴 하지만
땅속의 차가운 어둠이
종종 외롭네요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보고 싶은 이들도 많은데
이리 빨리 떠나오게 될 줄 몰랐지요
나의 떠남을 슬퍼하는 이들의
통곡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선해요
서둘러 오느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해 미안합니다
꼭 한 번만 살 수 있는 세상
내가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돌아간다면 더 멋지게 살 거라고
믿는 것도 나의 착각일 겁니다
내 하고 싶은 많은 말들
다 못하고 떠나왔으나
그래도이 말만은 꼭 하고 싶어요
삶의 정원을
순간마다 충실히가꾸라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새겨듣고
웬만한 일은 다 용서할 수 있는
넓은 사랑을키워 가라는 것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은 아니라도 좋아요
그저 물과 같이 담백하고 은근한 우정을
세상에 사는 동안 잘 가꾸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큰 사랑이 된다는 것
오늘도 잊지마세요. 그럼 다음에 또...
*펴낸 곳: 분도출판사
*1993년 5월 15일 초판
*이해인 기도시 모음[사계절의 기도] 410-411p의 詩
'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원스님의 [새벽예불] (0) | 2022.06.29 |
---|---|
나태주님의 시[엄마 마음] (0) | 2022.06.28 |
이해인수녀님의 [듣기] (0) | 2022.06.12 |
이해인수녀님의 [기쁨 꽃] (0) | 2022.06.12 |
이해인수녀님의 [설날 아침] (0) | 2022.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