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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님의 [인차리7]

인차리 7
-도종환 글-

육신을 누이고 밤이면 나의 마음도
몸을 빠져 무수한 곳을 떠다닌다
당신도 그렇게 떠돌다 오는가
내게도 가끔씩 다녀가는가
변함없이 놓여 있는 가구들도 둘러보고
거울 앞에 앉아 빗질도 해보고
방은 따스한가 손도 넣어보는가
아이들 잠자리도 둘러보는가
새도록 함께 걸어도 새벽이 빠르던
버드나무 강둑길 걸어도 보고
젖은 풀 위에 나란히 앉아 듣던
저녁 냇물 소리 들어보기도하는가
옮겨 다니던 집들의 방문도 건드려보고
빨래를 가지런히 널던 빨랫줄 아래에도 서보는가
거기 서서 옛날처럼 손도 흔들어보는가
나는 오늘도 걸어서 당신 있는 곳까지 다녀왔다
내가 당신에게 오늘 남긴 말들 듣고 있었는가
혼미한 잠속에 간간이 찾아와선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물다 돌아가는 사람아

도종환 시선집 [밀물의 시간  ]중 52-53p에 실린 詩
-출판사: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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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차리'가 무슨 뜻의 단어인지 궁금했습니다.
인차리는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 있는 리의 이름이라 합니다.
인차리의 공원묘지에 도종환시인의 아내가 묻혀있다 하네요.  그래서 도종환 님의 시 중에 인차리1 ㆍ인차리2 ㆍ인차리 3  등의 시가 있었던 거네요~~
먼저 가신 아내분을 생각하며 한 줄 한 줄 마음을 엮어 간 거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