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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수시인의 [세상의 첫날]

세상의 첫날
-오광수 詩-

바다는 늘 세상의 첫날이다
어떤폭설로도 뒤덮이지 않고
엄청난 폭우에도 넘치지 않는다
태양을 질료 삼아 꽃을 피워낸바다가
선착장 주막으로 들어서는 저녁
바닷속에서는 늘 그만큼의 물고기가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한다
혹등고래부터 노랑가오리나 고등어도 넘치지않는 꿈으로 바다를 헤엄친다
웬만한 일로는 흔들리지않는 바다가
밤새 통곡할 때도 있다
포구로 돌아오지 못한 지식을 부르며
어미들이 울부짖을때면
바다는 집채만 한 어깨를 들먹이고
소풍나왔던 멸치 떼도 숨을 죽인다
슬픔이 잦아들지 않는 밤과 새벽 지나
허기진 갈매기 몇
끼룩거리며 먹이를 구하는 아침
집게발을 곧추세운 어린 게 한마리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고요를 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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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세상을 보는 힘 2024/1에 실린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