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복효근-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 마리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
-<운동장 편지>(창비교육,2016)-
'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르만 헤세의 [어머니께 ] (0) | 2021.12.10 |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0) | 2021.12.08 |
문정희시인의 [나무학교] (0) | 2021.11.05 |
한수산 산문집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을 샀다^^ (0) | 2021.09.12 |
작자미상의 [성장한 아들에게] (0) | 2021.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