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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펴낸곳:북오션
*서정윤 편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명시100선] 48p의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