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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님의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던 때가 있었다.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사랑하면 같이 살면 되지.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작 그 사랑 때문에 헤어지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언젠가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보따리 풀듯 풀어놓는다.

삶의 모순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세월이 흘러가야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이 인생엔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딸의 남은 생을 위해 뇌성마비 외손자와 함께 강물에 뛰어든 할아버지의 사연이나, 치매에 걸린 배우자의 간병에 지쳐 동반자살을 시도한 노인이 아들에게 남긴 '미안하다'는 한마디는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의 지극한 모순을 보여주는 비극이다.

러시아의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는 '마음속에 사랑이 샘솟지 않는 이의 삶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서서히 죽어갈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설령 샘솟는다 해도 사랑은 영원할 수 없으며 사랑이 있건 없건 인간은 서서히 죽어가야 할 숙명을 타고난다.

하루는 길지만 일주일은 짧고, 한 달이나 일년은 그보다 더 짧게 느껴진다. 어느 새 일년이 가고, 어느 새 인생의 시계가 황혼을 향해 움직일 때 정말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정말 남은 시간은 얼마니 될까?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를 토닥거리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 사랑할 수 있는 날이 내겐 정말 얼마나 될까?

(김재진님의 《사랑할 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94-95p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