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의 하늘
-성희석 -
두 겹으로 둘러쳐진
우리들의 하늘엔
낮에도 해가 없고
밤에도 달과 별이 뜨지 않습니다.
수억 만 년 전에 죽어버린
우리들의 땅에는
한 송이 꽃도 피어나지 않고
한 줄기 발마도 붙지 않습니다
수 십 년 세월을 막장에 갇혀
두더지처럼
끝없이 땅을 파고 굴만 파고 살아
우리들은 아무 것도 몰랐었지요
코뚜레를 한 짐승처럼
시키는 대로 일만 하며
우리들은 체념 속에 살았었지요
우리도 이제는 뭔가 알 것 같아
우리들의 함성이 하늘 한 겹 벗겨내고
흘리는 땀방울은 하늘 맑게 씻어
하나 된 마음이 바람이 되고
날마다 뿌려온 피거름이 되면
우리들의 하늘에도 태양이 솟고
우리들의 하늘에도 달과 별이 뜨고
우리들의 땅에도 시원한 바람 불고
우리들의 땅에도 꽃들이 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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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석탄 산업에 대한 공부를 하던 중 성희석이라는 시인을 알게 되었다.
1986년부터 약 5년간 채탄광부로 일하셨던 시인이
체험을 토대로 쓴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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