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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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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시인의 [작은 들꽃] 작은 들꽃 ​-조병화 시-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나 나나 이 세상에선 소유할 것이 하나도 없단다 소유한다는 것은 이미 구속이며 욕심의 시작일 뿐 부자유스러운 부질없는 인간들의 일이란다 넓은 하늘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소유라는 게 있느냐 훌훌 지나가는 바람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애착이라는 게 있느냐 훨훨 떠가는 구름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미련이라는 게 있느냐 다만 서로의 고마운 상봉을 감사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존재를 축복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인연을 오래오래 끊어지지 않게 기원하며 이 고운 해후를 따뜻이 해 갈 뿐 실로 고마운 것은 이 인간의 타향에서 내가 이렇게 네 곁에 머물며 존재의 신비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짧은 세상에서 이만하면 행복이잖니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는 인간들이 울며..
윤동주의 [서시] 서시 - 윤동주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 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시인은 29세의 젊은 나이로 광복을 앞둔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친 저항시인입니다. 그 죄목이 참 황당합니다. 한민족에 대한 애착이 반제국주의 행위이므로 치안유지법에 위반된다고 징역 2년형을 받고 차디찬 감옥에 수감되었다니 가슴을 칠 일입니다. 서시를 한 줄 한 줄 읊조려봅니다.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시인의 비장함이 느껴집니다.
윤보영님의 [2월의 다짐] 2월의 다짐 ​ -윤보영 시- 2월입니다 1년 중에 가장 짧은 2월입니다 짧아도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면 1년 중 가장 행복할 2월! 제가 행복한 2월을 만들겠습니다. ​ 3월에 필 꽃이 우리 가슴에 피어 향기 나는 2월입니다 가슴을 열고 향기를 나누면서 내 행복으로 더하겠습니다. ​ 내가 나에게 행복하다고 마술을 걸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2월입니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벌써부터 따뜻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 어때요, 2월에는 걱정부터 하지 말고 우리 한 번 도전해보는 것! 그래요, 2월에는 우리 한 번 같이 도전 해요 2월도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니까요. ​ 2월이 짧아서 싫다고요? 그럼 1년에서 2월을 지우면 어떨까요? 아니죠, 나머지 11개월에게 시간을 내어 주고 그 마음 드러내지 않는 박수받을 ..
정호승 시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잠이 든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낮달도 쉬어가게하고 가끔은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하고 가끔은 인간을 위해 우시는 하나님의 눈물도 받아둔다 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 보라 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간밤에 흘리신 하나님의 눈물이 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 있다 . ---------------------------------------------------- ​
조동화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시-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허유 [겨울비 ] 겨울비 -허 유- 마음은 춥고 사랑 가난할 때 겨울비 내리다. 저 창 너머 잡다한 인생의 관계들 이부자리 개듯 다독거려 정돈할 양으로 이 겨울비 한벌의 무거운 적막을 입고 내리다. 내 이제 그리운 마음 하나하고도 별거하고 잡아줄 따뜻한 손길마져 저 늙은 나뭇가지의 거칠음 같거니 또 내세(來世)의 우물을 현세의 두레박으로 퍼 올리는 이 한정 없는 부질없음으로 절망하노니 이때 아프게 아프게 하필 겨울비 내린다.
나태주님의 [뒷모습] 뒷모습 - 나태주 시-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기의 눈으로는 결코 확인이 되지 않는 뒷모습 오로지 타인에게로만 열린 또 하나의 표정 뒷모습은 고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물소리에게도 뒷모습이 있을까? 시드는 노루발풀꽃, 솔바람소리, 찌르레기 울음소리에게도 뒷모습은 있을까? 저기 저 가문비나무 윤노리나무 사이 산길을 내려가는 야윈 슬픔의 어깨가 희고도 푸르다 2019년 12월 25일 두산봉엘 올랐습니다^^ 자욱한 하늘 아래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니 나태주시인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한 해 동안 참 수고 많았지요^^ 투벅투벅 걸음걸음 걸어야 산다기에 걸어봅니다^^ 삶이 고단할 때 이 길 따라 걸으면 생각이 정리가 되고 매듭이 풀리고 미래가 보인다고 누군가가 만들어..
이채시인의 《중년의 겨울밤》 중년의 겨울밤 -시 이채- 겨울밤이 깊기로 내 마음만 할까 바람 따라 불고 강물 따라 흘러 얼마나 걸어온 것일까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늘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초로의 나그네처럼 어느 날의 하루는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의 고독한 눈물도 있었다네 이 밤이 어둡기로 그만이야 할까 집도 절도 없는 외로운 이방인처럼 겨울밤이 길기로 떠나간 당신만 할까 아직도 다 묻지 못한 사랑 또다시 그리워져도 한낱 눈물 속에 흐르다 말 겨울 강에 비치는 초승달 같은 사람이여! 꿈에라도 나룻배 되어 당신을 싣고 차가운 강을 건너는 중년의 겨울밤 여름 하늘을 덮고 잠을 청한대도 춥기만 한데 아! 겨울밤이 춥기로 못 잊을 당신만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