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펴낸곳:(주)문학과지성사
*이정록시집 <의자>의 10-11p에 실린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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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이 어머니 철학자시네?
기대없이 펼쳐든 이정록님의시집 두번째 장의 시를 소리내어 읽는데 의미심장한 글이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는 요즘 어눌해지는 발음도 고칠 겸 책을 소리내어 읽습니다.
마치 한편의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이 말입니다.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오호! 어머니의 말씀대로라면
이 시는 나의 의자가 되어주는 거네요~
감사한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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