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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님의 시 [산딸나무, 꽃 핀 아침]

산딸나무, 꽃 핀 아침
-안도현-

나무가 꽃을 피운다고?
아니다, 허공이 피운다
나무의 몸 속에 꽃이 들어 있었던 게 아니다
나무가 그 꽃을 애써 밀어올렸던 게 아니다
허공이 꽃을 품고 있었다
저것 좀 봐라,
햇볕한테도 아니고
바람한테도 아니고
나무가 허공한테 팔을 벌리고
숨겨둔 꽃 좀 내놓으라고,
내 몸에도 꽃 좀 달아달라고,
팔을 벌리고 애원하는 자세로 나무가
허공을 떠받치고
허공을 우러르며
허공에다 경배하고 있는 것 좀 봐라
때가 되면 나무에 꽂은 핀다고?
아니다, 때가 되어야 허공이
나무에다 꽃을 매달아주는 것이다

산딸나무야,
몸 안에 꽃을 넣어두지 말아라
너는 인제 아프지 말아라

아침까지 몸 안에 술 든
나 혼자 다 아프겠다

*펴낸곳:(주)현대문학북스
*안도현시집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의 56-57p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