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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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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시 《겨울편지》 겨울편지 -이해인 시_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니? 산 위에 바다 위에 ​ 장독대 위에 하얗게 내려 쌓이는 눈만큼이나 너를 향한 그리움이 눈사람 되어 눈 오는 날 눈처럼 부드러운 네 목소리가 조용히 내리는 것만 같아 ​ 눈처럼 깨끗한 네 마음이 하얀 눈송이로 날리는 것만 같아 ​ 나는 자꾸만 네 이름을 불러 본다. ----------------------------♡
도종환시인의 《늦가을》 늦가을 -도종환 시- 가을엔 모두들 제 빛깔로 깊어갑니다 가을엔 모두들 제 빛깔로 아름답습니다 지금 푸른 나무들은 겨울 지나 봄 여름 사철 푸르고 가장 짙은 빛깔로 자기 자리 지키고 선 나무들도 모두들 당당한 모습으로 산을 이루며 있습니다 목숨을 풀어 빛을 밝히는 억새풀 있어 들판도 비로소 가을입니다 피고 지고 피고 져도 또다시 태어나 살아야 할 이땅 이토록 아름다운 강산 차마 이대로 두고 갈 수 없어 갈라진 이대로 둔 채 낙엽 한 장의 모습으로 사라져 갈 순 없어 몸이 타는 늦가을입니디
정채봉시인의 《기도》 기도 -정채봉 시-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 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이해인님의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이해인 시-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 한 잎 두 잎 나무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한 잎 두 잎 익어서 떨어집니다 ​​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오랜 사랑을 자축해요 ​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 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신경림의 《갈대》 갈대 -신경림 시-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용혜원님의 시《걱정을 쌓아 놓지 않게 하소서》 걱정을 쌓아 놓지 않게 하소서 -용혜원- 우리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오니 힘든 일에 부딪칠 때마다 사랑을 깨닫게 하소서 찢어진 상처마다 피고름이 흘러 내려도 그 아픔에 원망과 비난하지 않게 하소서 어떤 순간에도 잘 견디고 이겨 낼 수 있는 믿음을 갖게 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헛된 욕망과 욕심에 빠져 쓸데 없는 것들에 집착하지 않게 하소서 고통 당할때 도리어 믿음이 성숙하는 계기가 되도록 강하게 담대함을 주소서 불안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불만 가득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아무런 가치 없는 일로 인해 걱정을 쌓아 놓지 않게 하소서 걱정을 구실 삼아 믿음에서 멀어지지 않게 하소서 있지도 않는 일로 인해 근심을 쌓아 놓지 않게 하소서 내마음에 걱정이 파고 들어와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게 하소서 어려울..
이채시인의 《중년의 가슴에 10월이 오면》 중년의 가슴에 10월이 오면 -이채 詩 - 내 인생에도 곧 10월이 오겠지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드높은 하늘처럼 황금빛 들녘처럼 나 그렇게 평화롭고 넉넉할 수 있을까 쌓은 덕이 있고 깨달은 뜻이 있다면 마땅히 어른 대접을 받겠으나 그렇지 아니하면 속절없이 나이만 먹은 한낱 늙은이에 불과하겠지 스스로를 충고하고 스스로를 가르치는 내가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면 갈고 닦은 연륜의 지혜로 내가 나를 지배할 수 있다면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모든 푸른 잎은 떠나가도 나무는 살아있듯 모든 젊음은 떠나가도 내 안에 더 깊은 나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내 인생에도 곧 10월은 오겠지 그때 나는 어떤 빛깔일까 빨간 단풍잎일까 노란 은행잎일까 이 가을처럼 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
김현승시인의 《가을의 기도》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 해마다 맞이하는 가을이지만, 하늘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나뭇잎이 형형색색 물들어갈수록 가을바람 소슬바람 불어올수록 심쿵! 고독한 여인되어 몸부림 칩니다~^^ 이 가을도 아름다운 색깔로 나를 입혀주소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