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465) 썸네일형 리스트형 조병화시인의 [석가의 날]과 [부처님] 오늘은 조병화 시인의 시를 옮겨봅니다. 석가의 날 -조병화- 부처님은 아카시아꽃이 피어 만발한 향기로운 꽃의 파도를 타시고 올해는 이 곳에 오셨구나 오월 하늘이 높게높게 솟은 푸른 곳에, 훤히 흰 꽃 너울너울 향기의 파도를 타시고 빙그레 웃으시며 어머님도 같이 오셨구나 아, 무한한 이 기쁨, 사람의 작은 가슴으로 어찌 다하리 이 곳은 이렇게 아직도 어수선합니다. 그러나 오월은 세월 중 가장 좋다는 달 편히 쉬시다 돌아가십시오 번뇌로운 불안이 가시지 않는 우리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시며. --------------- --------------- 부처님 -조병화 글- 부처님, 제가 부처님께 하는 치성이 부처님 마음엔 차지 않으실지는 모르나 저는 온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을 치성껏 섬기고 있습니다. 부처님, 그래.. 행복을 그리는 화가 이수동님의 [그래島] 그래도(島) -이수동 글- '그래島'라는 섬이 있습니다. 우리들 마음속에만 있는 이어도만큼 신비한 섬입니다. 미칠 듯 괴로울 때, 한없이 슬플 때, 증오와 좌절이 온몸을 휘감을 때, 비로소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빛을 내며 나타나는 섬. 그게 '그래島'입니다. 섬 곳곳에는 "그래도 너는 멋진 사람이야" "그래도 너는 건강하잖니?" "그래도 너에겐 가족과 친구들이 있잖아" "그래도 세상은 살 만 하단다" 같은 격려문들이 나붙어 있습니다. 그래島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용서와 위로의 섬입니다. 당신의 그래도(島)는 안녕하십니까? *아트북스 * 20-21p에 수록된 글입니다^^ 용혜원시인의 [사랑이 찾아 왔을 때] 사랑이 찾아 왔을 때 - 용혜원- 사랑이 찾아 왔을 때 그 한 복판이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이라 하여도 빠져들고만 싶다 사랑이 끝간데 없는 짙은 안개 속이라 하여도 찾아들고만 싶다 못다 피어서 절망하는 사랑보다는 활짝 피어나는 사랑이고만 싶다 흘러만 가는 세월이 다 떠나가버리기 전에 내 사랑의 언어가 그대 가슴에 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랑은 언제나 여운으로 남아 있어도 좋을 온 몸에 흐르는 사랑이고만 싶다 삶의 터널을 다 빠져 나오기까지 그대만 사랑하고만 싶다 도종환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녁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 . . .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 이생진시인의 [아내와 나 사이] 아내와 나 사이 -글 이생진 -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이어령님의 [나에게 이야기하기] 나에게 이야기하기 -이어령 글- 너무 잘하려 하지 말라 하네 이미 살고 있음이 이긴 것이므로 너무 슬퍼하지 말라 하네 삶은 슬픔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돌려주므로 너무 고집부리지 말라 하네 사람의 마음과 생각은 늘 변하는 것이므로 너무 욕심부리지 말라 하네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치 않으므로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 하네 죽을 것 같던 사람이 간 자리에 또 소중한 사람이 오므로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 하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실수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너무 뒤돌아보지 말라 하네 지나간 날보다 앞으로 살 날이 더 의미 있으므로 너무 받으려 하지 말라 하네 살다 보면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기쁘므로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 하네 천천히 가도 얼마든지 먼저 도착할 수 있으므로 죽도록 온 존재로 사랑하라 .. 김재진님의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던 때가 있었다.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사랑하면 같이 살면 되지.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작 그 사랑 때문에 헤어지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언젠가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보따리 풀듯 풀어놓는다. 삶의 모순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세월이 흘러가야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이 인생엔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딸의 남은 생을 위해 뇌성마비 외손자와 함께 강물에 뛰어든 할아버지의 사연이나, 치매에 걸린 배우자의 간병에 지쳐 동.. 성희석시인의 [광부의 하늘] 광부의 하늘 -성희석 - 두 겹으로 둘러쳐진 우리들의 하늘엔 낮에도 해가 없고 밤에도 달과 별이 뜨지 않습니다. 수억 만 년 전에 죽어버린 우리들의 땅에는 한 송이 꽃도 피어나지 않고 한 줄기 발마도 붙지 않습니다 수 십 년 세월을 막장에 갇혀 두더지처럼 끝없이 땅을 파고 굴만 파고 살아 우리들은 아무 것도 몰랐었지요 코뚜레를 한 짐승처럼 시키는 대로 일만 하며 우리들은 체념 속에 살았었지요 우리도 이제는 뭔가 알 것 같아 우리들의 함성이 하늘 한 겹 벗겨내고 흘리는 땀방울은 하늘 맑게 씻어 하나 된 마음이 바람이 되고 날마다 뿌려온 피거름이 되면 우리들의 하늘에도 태양이 솟고 우리들의 하늘에도 달과 별이 뜨고 우리들의 땅에도 시원한 바람 불고 우리들의 땅에도 꽃들이 필까? ----------------.. 이전 1 ··· 45 46 47 48 49 50 51 ··· 5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