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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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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음속에서 풀리지 않는 고민들에 대해 인내함을 가져라. 고민 그 자체를 사랑해라. 지금 당장 답을 얻으려 말라.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 그대로 살아보는 일이다. 지금 그 고민들과 더불어 살라. 그러하면 언젠가 미래에 너 스스로 알지 못하는 그 시간에 삶이 너에게 답을 가져다줄 것이리니.
복효근님의 시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복효근-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 마리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 -(창비교육,2016)-
문정희시인의 [나무학교] 나무학교 -문정희 시-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한수산 산문집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을 샀다^^ 기념하다. 무얼? 코로나백신(모더나) 2차 접종을 하고 나왔다. 이 날을 기념하려 책을 사다? 우습겠지만 , 오래된 습관이다. 해외에 나갈 땐 공항 서점에 들러 책 한권을 사들고, 맨뒷장을 걷어 끄적끄적 상황을 남긴다. 시간이 꽤 흐른 후 그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맨 뒷장의 기록을 읽어보면 그 날의 기쁘고 때로는 슬펐던 상황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오늘은 이 전대미문의 코로나상황을 기억하고 싶었음일까? 2019년 11월 2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의 첫감염 보고 이후 1년 9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누적 확진자 수는 224,811,910명으로 어마어마하다. 언제쯤 예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하며 한수산님의 글을 읽는다. 우리가 떠나온..
작자미상의 [성장한 아들에게] 성장한 아들에게 내 손은 하루 종일 바빴지. 그래서 네가 함께 하자고 부탁한 작은 놀이들을 함께 할 시간이 내겐 많지 않았어. 난 네 옷들을 빨아야 했고, 바느질도 하고, 요리도 해야 했지. 네가 그림책을 가져와 함께 읽자고 할 때 마다 난 말했다. "조금 있다가 하자, 얘야." 밤마다 난 너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주고. 네 기도를 들은 다음 불을 꺼주었다. 그리고 발끝으로 걸어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지. 난 언제나 좀 더 네 곁에 있고 싶었다. 인생이 짧고,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갔기 때문에 한 어린 소년은 너무도 빨리 커버렸지. 그 아인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으며 자신의 소중한 비밀을 내게 털어 놓지도 않는다. 그림책들은 치워져 있고 이젠 함께 할 놀이들도 없지. 잘 자라는 입맞춤도 없고, 기도를 들..
최승자님의 시 [그리하여 어느 날,사랑이여] 그리하여 어느 날 , 사랑이여 -최승자-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다름을 존중하는 법] 다름을 존중하는 법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해와 달, 바다와 육지가 가까워질 수 없듯이 우리는 서로 가까워질 수 없어. 사랑하는 친구, 우리 두 사람은 해와 달, 바다와 육지야. 우리의 목표는 서로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식하는 거야. 우리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해. 그렇게 서로 대립하고 보완하는 거야. *펴낸곳:도서출판 열림원 *엮은이:류시화 *잠언시집 90p의 글입니다^^
랭스톤 휴즈의 [엄마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시] 엄마가 아들에게 들려 주는 시 -랭스톤 휴즈- 아들아, 난 너에게 말하고 싶다.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다는 걸 계단에는 못도 떨어져 있었고 가시도 있었다. 그리고 판자에는 구멍이 났지. 바닥엔 양탄자도 깔려 있지 않았다. 맨바닥이었어. 그러나 난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올라왔다. 층계참에도 도달하고 모퉁이도 돌고 때로는 전깃불도 없는 캄캄한 곳까지 올라갔지. 그러니 아들아, 너도 돌아서지 말아라. 계단 위에 주저앉지 말아라. 왜냐하면 넌 지금 약간 힘든 것일 뿐이니까. 너도 곧 그걸 알게 될 테니까. 지금 주저앉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얘야, 나도 아직 그 계단을 올라가고 있으니까. 난 아직도 오르고 있다. 그리고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지. *펴낸곳:도서출판 열림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