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465) 썸네일형 리스트형 도종환시인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도종환 詩- 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께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도종환 시선집 [밀물의 시간 ]중 46p에 실린 詩 -출판사:실천문학사 이생진님의 시 [다랑쉬오름의 비가 4] 다랑쉬오름의 비가 -소년과의 패러글라이딩 이생진 詩 너는 패러글라이딩이 처음이니? 아홉 살에 변을 당했으니 그동안 네가 살았다면 지금 몇살이지 쉰셋? 그럼 44년(1948-1992) 동안 망각의 굴 속에 있었단 말인가 빌어먹을 말하자면 세월이 정지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아니면 세월을 패앗겼다는 이야기인가 그걸 돌려받을 순 없나 그건 어디서 보상해주느냐 이거야 두고두고 불쾌한 악몽이여 하늘엔 오래 머물 수 있는 쉼터가 있을까 바람은 지혜로우니 바람을 잘타면 하늘에서도 쉴 수 있지 오늘은 바람을 실컷 이용해야 돼 바람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나 그렇다 그래서 화가들은 부러진 나무를 그리고 쓰러진 파도를 일으켜 세우려고 붓에 힘을 주는 거지 파도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냐 모두 바람의 힘이지 사람은 바람이 들어야 .. 이어령님의 시 [흑백사진] 흑백사진 -이어령 詩- 사진틀을 기억의 거울이라 불렀던 시절 백인 선교사 앞의 아프리카 원주민처럼 나는 단체사진을 찍었다. 장미를 찍어도 까맣게 나오고 갠 하늘도 늘 흐린 흑백사진 평생 웃은 적이 없다는 뉴턴처럼 입 다문 내 얼굴의 흑백사진 지금이라면 치즈라고 미소를 지었을 텐데 소리와 색깔은 다 어디 가고 솔개가 조용히 날고 있는 하늘처럼 기억의 거울 속은 늘 조용하다. 비디오테이프처럼 되감아 보는 사진 어디에선가 개 짖는 소리 들리고 청솔가지 타는 냄새 풍기고 손끝에 황토 흙이 묻어난다. 비오는 날 이불 속처럼 아늑한 나의 성城 나의 청춘 가위질할 수 없는 흑백시간이여. *이어령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40-41p에 실린 詩 *출판사:문학세계사 최인숙님의 詩 [아픈 말] 아픈 말 -최인숙- '보고 싶다'는 말처럼 아픈 말은 없다. 불쑥 튀어나와 일상을 헤집어 놓는 말. 자꾸 기다려지는 그리움이 눈물 흘리게 하는 말. *최인숙 시집/이진 그림 [보고 싶다는 말처럼 아픈 말은 없다]의 29p의 詩 정호승시인의 [새해의 기도] 새해의 기도 -정호승 詩- 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주세요 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렇지만 올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 올해도 저를 쓰러뜨려주세요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쓰러뜨리신다는 것을 이제 아오니 올해도 저를 거침없이 쓰러뜨려주세요 그렇지만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쓰러뜨리지는 말아주소서 올해도 저를 분노에 떨지 않게 해주세요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분노하기보다 기도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세요 그렇지만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정도로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게 하소서 올해도 저에게 상처 준 자들을 용서하게 해 주세요 용서할 수 없어도 미워하지는 않게 해주세요 그렇지만 용서할 수 없을.. 정호승시인의 시 [마음이 없다] 마음이 없다 -정호승 詩- 마음이 다 떠났다 마음에도 길이 있어 마음이 구두를 신고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나버렸다 비가 오는데 비를 맞고 눈이 오는데 눈을 맞고 마음이 먼 길을 떠난 뒤 길마저 마음을 다 떠나버렸다 나는 마음이 떠나간 길을 따라갈 마음이 없다 종로에서 만나 밥 먹을 마음도 인사동에서 만나 술 마실 마음도 기차를 타고 멀리 바다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마음이 다 떠나면 꽃이 진다더니 내 마음이 살았던 당신의 집에 꽃이 지고 겨울비만 내린다 *정호승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 140p에 수록된 詩입니다. 정호승시인의 [걸레의 마음] 걸레의 마음 -정호승 詩- 내가 입다 버린 티셔츠를 어머니는 버리기 아깝다고 다시 주워 걸레로 쓰신다 나는 걸레가 되어 집 안 청소를 하고 변기도 닦고 침대 모서리 먼지도 닦아낸다 어떤 날은 베란다에 떨어진 새똥도 닦아낸다 그렇게 걸레가 되고 나서부터는 누가 나더러 걸레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청소할 때마다 나를 걸레로 만드신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나는 다 해진 걸레로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평생 나를 위해 사셨던 어머니의 걸레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 *정호승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 113p에 수록된 詩입니다. 박지현님의 [참 괜챦은 태도]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참 괜챦은 태도] *초판 1쇄 발행 : 2022년 9월 30일 *지은이:박지현 *발행처:메이븐 이 책은 2007년 KBS '다큐멘터리 3일'의 VJ로 출발해 현재 tvN'유 퀴즈 온 더 블랙'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박지현님의 글입니다. "왜 그렇게 사람이 어려웠을까"로 prologue가 시작됩니다. 사람이 어렵지 않으면 세상 살기가 얼마나 쉬울까요? 200% 공감되는 한 줄 글이 나를 위로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사람이 어렵다네~~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어렵지 않은 문체로 조근조근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밑줄 칠 일도 많고, 눈가가 촉촉히 젖어오는 일도 많았습니다. *chapter1...15년 동안 길에서 만난 수많은..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59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