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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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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시인의 [대숲아래서] 대숲아래서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러고도 간신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유안진님의 시 [침묵하는 연습] 침묵하는 연습 -유안진-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다음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든, 기쁨이든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김용택시인의 [새잎] 새잎 -김용택- 오늘이 어제인 듯 세월은 흐르는 물 같지만 새로 오는 봄 그대 앞에 서면 왜 이렇게 내 마음이 새잎처럼 피어나는지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봄날이던가 한 송이 두 송이 꽃을 꺾으며 꽃 따라가다가 문득 고개 들어 나는 당신 안에 들어섰고 당신은 나에게 푸른 나무가 되었습니다 오늘이 어제인 듯 세월은 자꾸 가지만 새로 오는 봄 그대 앞에 서면 내 마음에 새잎들이 왜 이렇게 만발해지는지
이정하시인의 [지금] 지금 -이정하 - 해마다 피는 꽃이라도 같은 모습은 아니다 그 꽃을 바라보는 나도 같지 않다 모든 것은 흐르고 변한다 한번 지나가면 그뿐 흐르고 흘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올 길은 영영 없다 그러니 어찌 소중하지 않으랴 어찌 간절하지 않으랴 지금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 내 눈빛에 담기는 모든 것들이
김종해님의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박노해님의 시 [별은 너에게로] 별은 너에게로 -박노해-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 불운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수억 광년전에 출발한 빛 길 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이수복님의 시 [봄비] 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가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수잔 폴리스 슈츠의 [친구란] 친구란 -수잔 폴리츠 슈츠 의 글- 우리 모두는 친구가 필요하다 웃고 싶을 때, 울고 싶을 때, 외로울 때, 아플 때, 그리고 서러울 때 등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는 언제나 친구가 필요한 존재이다. "많이 아팠겠다." "얼마나 힘들었니."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닫혔던 마음이 열리고 상처가 아문다. 친구는 네가 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주는 사람, 친구는 네가 하는 모든 것에 영향을 주는 사람! 친구는 즐거울 때 찾아오는 사람, 친구는 괴로울 때 찾아오는 사람, 친구는 네가 무엇을 하든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 친구는 너에 대한 진실을 너에게 말해주는 사람, 친구는 네가 경험하는 것을 항상 알고 있는 사람, 친구는 항상 너를 격려해주는 사람, 친구는 너와 경쟁하지 않는 사람, 친구는 너의 일이 잘 돼 갈 때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