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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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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시인의 [3월] 3월 -김광섭- 3월은 바람쟁이 가끔 겨울과 어울려 대폿집에 들어가 거나해서는 아가씨들 창을 두드리고 할아버지랑 문풍지를 뜯고 나들이 털옷을 벗긴다 애들을 깨워서는 막힌 골목을 뚫고 봄을 마당에세 키운다 수양버글 허우적이며 실가지가 하늘거린다 대지는 회상 씨앗을 안고 부풀며 겨울에 꾸부러진 나무 허리를 펴 주고 새들의 방울소리 고목에서 흩어지니 여우도 굴 속에서 나온다 3월 바람 4월비 5월꽃 이렇게 콤비가 되면 겨울 왕조를 무너뜨려 여긴가 저긴가 그리운 것을 찾아 헤매는 이방인
박노해시인의 3월 시 [수고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박노해- 3월에는 수고했습니다 라고 말하자 ​ 풀꽃에게도 새싹에게도 이웃에게도 ​ 수고는 고통을 받아 안는 것 고통을 안고 새 힘을 선물 받는 것 ​ 수고했습니다 겨울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느라 ​ 수고 많았습니다 힘겨움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느라
한용운님의 [인연설] 인연설 -한용운-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을 수 없음을 노여워 말고, 이 만큼 좋아해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 할 수 없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 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칼릴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 결혼에 대하여 ​ 함께 있으되 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 서로 사랑하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오히려 너의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고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 함께 노력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각자는 고독하라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만들되 줄은 각각 따로이듯이 ​ 서로의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 속에 묶어 두지는 말지니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으니 -칼릴 지브란의 중에서- 내일 2021년 ..
김후란님의 사랑시 [둘이서 하나이 되어] 둘이서 하나이 되어 -김후란- 밝은 이 자리에 떨리는 두 가슴 말없이 손잡고 서 있습니다 두 시내 합치어 큰 강물 이루듯 천사가 놓아준 금빛다리를 건너 두 사람 마주 걸어와 한자리에 섰습니다 언젠가는 오늘이 올 것을 믿었습니다 이렇듯 소중한 시간이 있어주리란 것을... 그때 우리는 이슬 젖은 솔숲을 거닐면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리라고 푸른밤 고요한 달빛 아래 손가락 마주걸고 맹세도 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리라고 그리고 지금우리가 순수한 것처럼 우리의 앞날을 순수하게 키워가자고 사람들은 누구나 말합니다 사노라면 기쁨과 즐거움 뒤에 어려움과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며 비에 젖어 쓸쓸한 날도 있다는 걸 모래성을 쌓듯 몇번이고 헛된 꿈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걸 그럴수록 우리는 둘이서 둘이아..
박목월시인의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 북으로 틔어있는 골목마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기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이상화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 ​ ​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긴 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 혼자라도 갑부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 나비 제비야 ..
헨리 나우엔의 시 [나는 소망합니다] 나는 소망합니다 -헨리 나우웬-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누구를 대하든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타인의 죽음을 볼 때마다 내가 작아질 수 있기를 그러나 나 자신의 죽음이 두려워 삶의 기쁨이 작아지는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줄어들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상대가 나에게 베푸는 사랑이 내가 그에게 베푸는 사랑의 기준이 되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모두가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기를 그러나 나 자신만은 그렇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언제나 남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살기를 그러나 그들의 삶에는 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