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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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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님의 시 [친구야 너는 아니] 친구야. 너는 아니 -이해인--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도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사람들끼리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것도 참 아픈 거래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참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처럼 하시던 이야기가 자꾸 생각 나는 날 친구야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내마음 너는 아니 향기 속에 숨긴 나의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것 너는 아니
이정하님의 시 [고슴도치사랑] 고슴도치사랑 -이정하- 서로 가슴을 주어라 그러나 소유하려고 하지 말라 소유하고자 하는 그 마음 때문에 고통이 생겨나니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지 못해 자신의 온기 만이라도 전해 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 않을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그들은 행복했네 행복할 수 있었네
홍사윤님의 시 [꽃무릇] 꽃무릇 -홍사윤- 떠나간 님을 못 잊어 그리움 속에 애처로이 피는 꽃이여! ​ 언제나 오시려나 피눈물 흘리며 망부석이 되어버린 꽃이여!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애간장 태우며 그리움 안고 피어 있구나 ​ 만날 수 없는 꽃잎 사랑 애절한 그리움 피를 토하며 핀 상사화야! ​ 속절없이 진다 해도 피눈물 흘러내린 대지 위에 사랑의 꽃피우리라
정호승님의 시 [너에게] 너에게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목필균님의 시 [11월의 느티나무] 11월의 느티나무 -목필균- 점점 체온을 잃어가는 너를 위해 햇살 한 줌 뿌려본다 추워질수록 걸친 옷가지 훌훌 벗어 던지는 자학의 몸짓들 다 쓸려 사라져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먼길을 뿌리로 서서 너는 시린 바람 안으로 채우며 한 해의 칼 금을 긋고 있구나
정연복님의 시 [11월] 11월 -정연복- 가을과 겨울을 살며시 잇는 달 그래서 1이라는 숫자 둘이 모여 다리 모양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단풍의 시절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 생의 정점을 찍은 다음에는 겸손히 내려가야 하는 것. 쓸쓸히 지는 낙엽을 보며 삶의 깊이가 더해지고 나날이 추워지는 날씨 속에 따스한 사랑의 힘을 배우는 달.
나태주시인의 [선물] 선물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안도현님의 시 [사랑] 사랑 -안도현- ​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짓는 일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나로 하여 그이가 눈물짓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두려움으로 스스로 가슴을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내가 쓰러져 죽는 날에도 그이를 진정 사랑했었노라 말하지 않게 하소서 내 무덤에는 그리움만 소금처럼 하얗게 남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