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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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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원님의 [여행을 떠나라1] 여행을 떠나라 -용혜원 詩- 분주하고 복잡한 일상을 접어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짐은 가볍고 마음은 편안하게 훌쩍 여행을 떠나라 푸른 하늘을 마음껏 바라보고 드넓은 바다를 만나라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를 듣고 별이 쏟아져 내리는 하늘을 보라 두 눈이 맑아지고 가슴이 탁 터지도록 시원한 공기를 폐 속 깊숙이 받아들여라 삶에 짜증과 피로의 찌꺼기가 다 사라지도록 살아 숨 쉬는 자연에 몸과 마음을 던져버려라 잠시 쉰다고 삶이 정지되거나 잘못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행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활력을 주고 넉넉함을 가져다준다 여행을 떠나라 이유와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떠나라 돌아온 후에 알 것이다 여행을 얼마나 잘 떠나고 얼마나 잘 갔다 왔는가를 *용혜원시선집 《처음 사랑으로 너에게》 50-51p에 실린 詩 *펴낸곳..
용혜원님의 시 [1월] 1월 -용혜원 詩- 일월은 가장 깨끗하게 찾아온다 새로운 시작으로 꿈이 생기고 웬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올해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기대감이 커진다 올해는 흐르는 강물처럼 살고 싶다 올해는 태양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올해는 먹구름이 몰려와 비도 종종 내리지만 햇살이 가득한 날이 많을 것이다 올해는 일한 기쁨이 수북하게 쌓이고 사랑이란 별 하나 가슴에 떨어졌으면 좋겠다 *용혜원시선집 《처음 사랑으로 너에게》 20-21p에 실린 詩 *펴낸곳: 책만드는집 *초판1쇄:2022년 1월 31일
정호승시인의 [덕수궁 돌담길] 덕수궁 돌담길 -정호승 詩- 덕수궁돌담길을 걸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내 입이 꽃봉오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덕수궁 돌담길은 길의 애인이고 길의 어머니이므로 덕수궁 돌담길을 함꺼 걸으며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내 입에서 꽃이 피어났으면 좋겠어요 입속에 가득 꽃씨를 담고 있다가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꽃이 피어나 덕수궁 돌담 가득 꽃다발이 걸리면 좋겠어요 덕수궁 돌담길을 걸은 수많은 발자국들 밤이면 발자국들끼리 만나 서로 사랑한다지요 *정호승시집 《당신을 찾아서》의 130p에 실린 詩^^ *펴낸곳:(주)창비 *초판1쇄 발행:2020년 1월 10일
정호승님의 시 [연어] 연어 -정호승 詩- 길이 아니면 가지 않으리라 가지 않으면 길이 아니리라 당신이 기다리는 강가의 갈대숲 젊은 나룻배 한척 외로이 떠 있는 그 길이 아니면 떠나지 않으리라 산란을 마치고 죽은 어머니를 위해 내 비록 꽃상여 하나 마련해드리지 못했으나 난류의 숲길을 따라 강한 바다의 바람 소리를 헤치고 내 어머니처럼 어머니가 되기 위하여 머나먼 대륙의 강으로 길 떠나리라 견딜 수 없으면 기다릴 수 없으므로 기다릴 수 없으면 사랑할 수 없으므로 내 비록 배고픈 물고기들에게 온몸의 심장이 다 뜯길지라도 당신이 기다리는 강기숡 붉은 달이 뜨면 사람들이 가끔 찾아와 한줌 재를 뿌리고 묵묵히 돌아가는 그곳에 다다라 눈물을 뿌리리라 *정호승시지 《당신을 찾아서》51p에 실린 詩 *펴낸곳:(주)창비 *초판1쇄 발행/202..
정호승님의 시 [걸림돌] 걸림돌 -정호승 詩- 내 언제 인간을 넘어뜨렸느냐 내 언제 인간을 쓰러뜨렸느냐 나는 그냥 돌일 뿐 땅속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뿌리에 꽃을 피우는 돌의 열매일 뿐 내 언제 인간의 사랑을 방해했느냐 내 언제 인간의 욕망을 가로막았느냐 바람도 내게 걸리지 않고 낙엽도 스쳐 지나가고 함박눈도 고요히 내려앉거늘 나는 인간을 쓰러뜨리지 않는다 인간이 스스로 걸려 넘어지고 쓰러졌을 뿐 *정호승시집《당신을 찾아서》 47p에 실린 詩 *펴낸곳:(주)창비 *초판인쇄:2020년 1월 10일
한용운님의 시 [님의 침묵] 님의 침묵 -한용운 詩-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
김소월의 시 [초혼] 초혼 -김소월 詩-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자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한국명시모음[내 영혼의 숲에 내리는 마음의 시 ] 168-169p에 실린 詩^^ *펴낸곳:문지사 *등록일:1978.8.11(제 3-50호)
나태주님의 시 [사람이 그리운 밤] 사람이 그리운 밤 -나태주 詩- 사람이 사람이 그리운 밤엔 편지를 쓰자 멀리 있어서 그리운 사람 잊혀졌기에 새로운 사람 하늘엔 작은 별이 빛나고 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 사람이 사람이 그리운 밤엔 촛불을 밝히자. *나태주 엮음 [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의 258p에 실린 詩 *펴낸곳:(주)알에이치코리아 *1판1쇄 인쇄 2018년 8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