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761) 썸네일형 리스트형 한용운님의 시[나룻배와 행인]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詩-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이해인님의 시 [우산이 되어] 우산이 되어 -이해인 詩- 우산도 받지 않은 쓸쓸한 사랑이 문밖에 울고 있다 누구의 설움이 비 되어 오나 피해도 젖어오는 무수한 빗방울 땅 위에 떨어지는 구름의 선물로 죄를 씻고 싶은 비 오는 날은 젖은 사랑 수많은 나의 너와 젖은 손 악수하며 이 세상 큰 거리를 한없이 쏘다니리 우산을 펴주고 싶어 누구에게나 우산이 되리 모두를 위해 *나태주 엮음 [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의 84p에 실린 詩 *펴낸곳:(주)알에이치코리아 *1판1쇄 인쇄 2018년 8월 13일 황지우님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詩-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나태주 엮음 [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의 72p에 실린 詩 *펴낸곳:(주)알에이치코리아 *1판1쇄 인쇄 2018년 8월 13일 나태주님의 [사람의 향기] 사람의 향기 -나태주 詩- 좋은 술이 마실 때 좋고 깰 때 더욱 좋듯이 좋은 이웃은 만나서도 좋지만 헤어져서도 좋아라 어찌 사람의 향기가 없다 하리요 울 넘어 산을 넘어 길을 따라 강을 따라 멀리 있어도 그 숨결 가까운 사람아 *나태주 엮음 [가슴 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 의 52p에 실린 詩 *펴낸곳:알에이치코리아 *1판 1쇄 인쇄:2018년 8월13일 류시화시인의 [잠깐 멈췄다 가야 해] 잠깐 멈췄다 가야 해 -류시화- '잠깐 멈췄다 가야 해. 내일은 이 꽃이 없을지도 모르거든.' 누군가 이렇게 적어서 보냈다 내가 답했다 '잠깐 멈췄다 가야 해. 내일은 이 꽃 앞에 없을지도 모르거든.' *류시화시집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의 98p의 詩 *펴낸곳: 수오서재 *2022년 4월 11일 1판 1쇄 발행 류시화님의 시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류시화 詩-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할 말이 없거나 말주변이 부족하다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말하는 것의 의미를 잃었을 수도 있고 속엣말이 사랑, 가장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에서 머뭇거리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 안에서 홀로 견디는 법과 자신 안에서 사는 법 터득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겨울이 그 가슴을 영원한 거처로 삼았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단지 봄이 또다시 색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노래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새들이 그 마음속 음표를 다 물고 갔다고 넘겨짚어서는 안된다 외로움의 물기에 젖어 악보가 바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동행 없이 혼자 걷는다고 해서 외톨이의 길을 좋아한다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길이 축.. 용혜원님의 시 [다시 따뜻하게 만나리라] 다시 따뜻하게 만나리라 -용혜원 詩- 친구야 잘 살펴보아라 언제나 우리와 함께했으면 좋을 사람들이 자꾸만 떠나가고 있다 정이 깊이 들어갈 때쯤이면 무언가 이루어 갈 때쯤이면 헤어져야만 하나 보다 새로운 만남이 새로운 사귐이 어려운 세상인데 그리운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손을 흔든다 어찌하랴 우리네 삶을 만나면 헤어져야만 하는 것을 슬픔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떠나는 이들을 위해 축복하고 다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만나며 우리는 살아가야만 하리라 *용혜원시집 《네가 내 가슴에 없는 날은의 166-167p의 詩 *펴낸곳:책만드는집 *1판인쇄:2012년 7월 9일 양광모시인의 [연리지 부부] 연리지 부부 -양광모 詩- 어린 나무 두 그루 만나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뿌리 얽히고 가지 부딪혀 얼굴 붉힌 날 많았지만 꽃 피는 날은 함께 웃고 꽃 지는 날은 함께 눈물 흘렸다 비 오는 날은 함께 젖고 비 그친 날은 함께 별을 바라보았다 푸르던 세월 꿈처럼 지나가고 무성하던 잎 떨어지니 알겠노라 그대와 나 연리지 되어 있음을 부부란 살아가는 동안 연리지 하나 만드는 일이었음을 *양광모시집《그대가 잠시 내 생에 다녀갔을 뿐인데》의 111p의 詩 *펴낸곳:(주)푸른길 *초판인쇄:2020년 2월 10일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