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761)
정겨운 제주의 봄풍경 [고사리꺾기] 제주의 봄풍경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고사리꺾기》입니다.조상님을 모시는 제삿상의 삼색나물 중 한가지가 고사리나물인데, 맨 먼저 제사에 쓸 고사리를 정성스럽게 채취합니다. 제수용으로 쓸 고사리는 아무리 고사리가 실하고 탐이 나도 남의 묘소 안의 고사리는 꺾지 않는 게 불문률입니다.어떤 분들은 고사리는 낫으로 베는 거 아니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마른풀 숲 사이를 헤집고 나오는 고사리 한가닥을 발견하고 ...그 고사리에게 다가가 무언의 인사와 함께 절 한 번을 해야 비로소 내 품에 들어오게 됩니다.고사리는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입니다. 요즘에는 고사리를 재배하기도 한다는데 우리제주도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요. 들판에 나가면 온 산야가 다 내 밭이고, 때가 되면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 ..
김재진님의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던 때가 있었다.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사랑하면 같이 살면 되지.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작 그 사랑 때문에 헤어지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언젠가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보따리 풀듯 풀어놓는다. 삶의 모순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세월이 흘러가야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이 인생엔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딸의 남은 생을 위해 뇌성마비 외손자와 함께 강물에 뛰어든 할아버지의 사연이나, 치매에 걸린 배우자의 간병에 지쳐 동..
성희석시인의 [광부의 하늘] 광부의 하늘 -성희석 - 두 겹으로 둘러쳐진 우리들의 하늘엔 낮에도 해가 없고 밤에도 달과 별이 뜨지 않습니다. 수억 만 년 전에 죽어버린 우리들의 땅에는 한 송이 꽃도 피어나지 않고 한 줄기 발마도 붙지 않습니다 수 십 년 세월을 막장에 갇혀 두더지처럼 끝없이 땅을 파고 굴만 파고 살아 우리들은 아무 것도 몰랐었지요 코뚜레를 한 짐승처럼 시키는 대로 일만 하며 우리들은 체념 속에 살았었지요 우리도 이제는 뭔가 알 것 같아 우리들의 함성이 하늘 한 겹 벗겨내고 흘리는 땀방울은 하늘 맑게 씻어 하나 된 마음이 바람이 되고 날마다 뿌려온 피거름이 되면 우리들의 하늘에도 태양이 솟고 우리들의 하늘에도 달과 별이 뜨고 우리들의 땅에도 시원한 바람 불고 우리들의 땅에도 꽃들이 필까? ----------------..
김용택시인의 [이 꽃잎들] 이 꽃잎들 -김용택 시- 천지간에 꽃입니다 눈 가고 마음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꽃입니다 생각지도 않는 곳에서 지금 꽃이 피고, 못 견디겠어요 눈을 감습니다 아, 눈감은 데까지 따라오며 꽃은 핍니다 피할 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잡히지 않는 이 아련한 그리움, 참을 수 없이 떨리는 이 까닭없는 분노 아 아, 생살에 떨어지는 이 뜨거운 꽃잎들. ------------------------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면 꽃이 피고지는 것도 이렇듯 아픔이고 떨림인가 봅니다. 그래서 나는 시인이 못되는 거지요ㅎ 우와~~ 너무 이쁘네! 그러고 마냥 바라만봅니다 나는^^
나태주시인의 [내가 너를] 내가 너를 -나태주 시-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 나태주시인님은 달관하셨나보다. 난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네가 몰라주면 막 속상하고 섭섭하던데... 어는 날쯤 나에게도 그런 날 오려나~~~^^
김재진님의 글 중 [도로 가져간 선물] 쏟아지는 비난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스승이 안타까워 제자는 이렇게 물었다. "왜 말도 안되는 저런 비난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십니까?" 스승은 이렇게 대답했다. "선물을 가지고 갔는데 받아야 할 사람이 그것을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제자가 답했다. "도로 가지고 올 수밖에 별 수가 없겠지요." 제자의 대답을 들은 스승이 다시 말했다. "비난 또한 선물과 같다. 내가 받지 않았으니 그 비난은 도로 그사람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누구나 남을 욕하거나 비난할 때가 있다. 또한 누구나 욕 먹거나 비난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누워서 뱉은 침이 내 얼굴로 떨어지듯 상대가 받지않은 욕과 비난은 내 얼굴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받기 싫은 선물을 내가 받지 않는 한 선물을 들고 온 상대는 무안한 얼..
이기철님의 [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 이기철 시- 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그러면 풀들의 숨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발이 간지러운 풀들이 반짝반짝 발바닥 들어 올리는 소리도 들릴 거예요 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아픔처럼 꽃나무들 봉지 틔우는 소리 들릴 것입니다 햇살이 금가루로 쏟아질 때 열 마지기 논들에 흙이 물 빠는 소리도 들릴 거에요 어디선가 또옥똑 물방울 듣는 소리 새들이 언 부리 나뭇가지에 비비는 소리도 들릴 것입니다 사는 게 무어냐고 묻는 사람 있거든 슬픔과 기쁨으로 하루를 짜는 일이라고 그러나 오지 않는 내일을 위해 지레 슬퍼하지 말라고 산들이 저고리 동정 같은 꽃문 열 듯 동그란 웃음 하늘에 띄우며 봄 아침엔 화알짝 창문을 여세요 --------------------------------------- 사..
법정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를 읽다가... 법정 스님이 사셨었다는 "불일암"도 한 번 가보고싶다. 요즘 코로나19로 혼자 조용히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도 많아진 듯 하다. 떠들썩하게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송광사는 숱하게 다녀왔으면서도 혼자서 고즈넉히 하는 생각여행은 해보질 못하였네...한 걸음 두 걸음 걸어보고 싶다. 법정스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준다. 류시화님이 엮은 《산에는 꽃이 피네》 26페이지의 글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밖에서 오는 행복도 있겠지만 안에서 향기처럼, 꽃향기처럼 피어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그것은 많고 큰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지극히 사소하고 아주 조그마한 데서 찾아온다. 조그만 것에서 진정한 기쁨이나 고마움 같은 것을 누릴 때 그것이 행복이다. 너무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지 말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