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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화님의 시 [소록도] 소록도 -조동화 詩- 그 이름처럼 작은 사슴은 어디에도 없었다 천형天刑의 서러운 사람들이 한하운韓何雲을 알기 전부터 애절한 보리피리 하나씩 가지고 사는 아득한 적소謫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모든 인간사를 두고 섬에 든 지 오십 년, 혹은 육십 년... 처음 수평선은 타는 그리움이더니, 그 다음은 또 캄캄한 절망이더니 끝내는 다문 입술 무심이 되고... 철썩철썩 부서지는 파도 속에 손가락 발가락이 떨어지고, 코가 무너지고, 더러는 시신경도 끊어져 늦가을 잔양殘陽처럼 사위어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이승을 등지고 돌아앉아 오직 내세來世의 소망을 앓는다 물이 빤히 보여도 그 어느 절해고도보다 먼 먼 섬, 그리고 아픈 섬 다행히 키우는 도야지들은 문둥이를 모르고 해마다 봄은 먼져 와 정월에 벌써 산비탈 황토밭마다 ..
천양희 님의 [참 좋은 말] 참 좋은 말 -천양희 詩-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그녀의 푸른 날들을 위한 시》12-13p에 실린 시 *펴낸곳: 북 카라반 *지은이: 천양희,신달자,문정희,강..
제주 함덕 카페 [보라지붕] 보라색을 유난히 좋아하는 1인에게 보라지붕이 보내오는 강한 유혹~~ㅎ 그럼 얼른 가 보아야겠지요!! *제주시 조천읍 함덕 19길 6 *연락처:0507-1326-6827 *영업시간 -평일 10:00~22:00(21:30라스트오더) -일요일 14:00-22:00(21:30라스트오더) (정기휴일 없음)제주의 옛집을 리모델링하여 카페로 재탄생 시켰네요. 본채를 제주도에서는 '안끄레' 라고 하고, 딸려있는 별채를 '바끄레'라고 합니다.입구로 들어서니 카운터라고 해야 하나요? 주문하는 공간이 보이고 사장님이 그쪽으로 안내를 합니다. 주문을 한 후 편한 자리로 찾아가 쉬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메뉴판의 글씨가 깨알같이 작아 잘 안보이시지요~ 커피종류로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바닐라라떼 가 있었고 시그니쳐메뉴로..
나태주님의 시[사랑, 그것은] 사랑, 그것은 -詩 나태주- 천둥처럼 왔던가? 사랑, 그것은 벼락 치듯 왔던가? 아니다 사랑, 그건은 이슬비처럼 왔고 한 마리 길고양이처럼 왔다 오고야 말았다 살금살금 다가와서는 내 마음의 윗목 가장 밝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너는 내가 되었고 나는 네가 되었다. *나태주시집 [아가랑 시랑 엄마랑]의 38-39p에 실린 詩^^ *펴낸곳: 주식회사 홍성사 *2023.4.20 초판 1쇄
마종기시인의 [는개의 시간] 는개의 시간 -詩 마종기- 숨가쁘게 바쁜 의사였을 때 밤사이에 모인 죽음을 새벽녘에 보내며 가책의 낮은 소리로 두 눈을 감기면 는개는 창밖에서 비린 눈물을 보였지. 아니면 내가 나를 다 지우고 싶었나, 체념한 몸을 털고 숨 거둔 환자들이 늦봄의 형이 되어 나를 위로해주었지. (는개는 언제부터 다가온 것일까. 발자국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나를 통째로 적신 것일까, 언제 시작을 한 것인지 끝이 난 것인지도 모르고, 몰려오는 오한에 몸을 떨기만 했다.) 70여 년 평생의 친구는 연락도 없이 메모 한 장 남기고 죽었다는 전갈, 한숨 쉬는 하늘과 정적이 어둡게 닫히고 먼 는개가 다가와 내 눈을 적시는구나. 그래도 떠나는 뒷모습이 편안했었다니 내 옆에 남겠다는 그 약속만은 믿겠다. 낯선 나라 너른 들판은 푸..
나태주님의 시 [첫 선물] 첫 선물 -詩 나태주- 너는 너 자신 그대로 나에게 보석이고 아름다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눈부심이며 어지러움 하늘 나라 별이 길을 잃고 잠시 내 앞으로 왔나 보다 *나태주시집 의 28-29p의 시 *펴낸 곳: 주식회사 홍성사
인생 3막의 시작 내나이 60~~ 정관장 "장수 율지"를 만나다^^ 살갗에 와 닿는 바람결이 이제 가을임을 알려줍니다. 덤벙대다가도 차분해지고, 한껏 고상해지는 사색의 계절 가을이 왔다네요. 계절따라 내 인생도 이제 막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제 삶을 다한 낙엽이 툭툭 투신을 하듯, 나의 뇌세포도 어느 한 귀퉁이부터 마모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눈에 띄게 깜박거리기를 자주 합니다. 내가 한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 이건 비밀이라며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만 털어놓습니다. 그러곤 너무 어이가 없어 눈물을 흘리며 웃어제낍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져, 앞으로 어쩌면 30년을 더 살지도 모르는데, 이러다 그 무서운 치매에게 덥썩 잡히기라도 한다면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요즘은 TV만 키면 건강 프로가 범람합니다. 이러다 내가 의학박사가 되는 건 아닐까 ~~ㅎㅎ 그래도 아는 게 힘!..
베트남 달랏의 [크레이지하우스] 크레이지하우스는 베트남의 여성건축가 당 비엣 응아가 만든 건축물이라고 합니다."항응아빌라" "항응아게스트하우스" "크레이지 하우스" 모두 같은 집입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길가에 바로 보이는 입구입니다^^ 좀 을씨년스럽지요?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귀신의 집 같은 크레이지하우스! 에서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건물 10곳을 선정했는데 그 중에 선발된 곳이라 하니 한번은 꼭 가보고 싶어지시지요? 항응아란 고대부터 중국 등 한라문화권에서 "달의 여신"으로 알려진 항아(姮娥)를 베트남식으로 발음한 것이라고 합니다.입장권을 구매하고 돌아서면 크레이지하우스의 약도가 보입니다. 입구가 굉장히 비좁아 이게 뭐지? 했는데 결코 나무랄 곳이 아니랍니다. 구불구불 동굴속 같은 곳으로 유인해서 들어가보면 아슬아슬 아찔한 계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