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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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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님의 시 [이런 사람 저런사람]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해인 시- 한순간을 만났어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매순간을 만났어도 잊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 내가 필요로 할 때 날 찾는 사람도 있고 내가 필요로 할 때 곁에 없는 사람도 있다 내가 좋은 날에 함께 했던 사람도 있고 내가 힘들 때 나를 떠난 사람도 있다 사람의 관계란 우연히 만나 관심을 가지면 인연이 되고 공을 들이면 필연이 된다 얼굴이 먼저 떠오르면 보고싶은 사람이고 이름이 먼저 떠오르면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외로움은 누군가가 채워 줄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채울 수가 없다
문정희님의 시 [친구] 친구 - 문정희-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누가 몰랐으랴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끼리도 끝까지 함께 갈 순 없다는 것을. 진실로 슬픈 것은 그게 아니었지. 언젠가 이 손이 낙엽이 되고 산이 된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언젠가는 너무 빨리 온다는 사실이지 미처 숨돌릴 틈도 없이 온몸으로 사랑할 겨를도 없이 어느 하루 잠시 잊었던 친구처럼 홀연 다가와 투욱 어깨를 친다는 사실이지
이해인님의 시 [사랑의 사람들이여] 사랑의 사람들이여 -이해인 시- ​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사랑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두 사람이 꽃과 나무처럼 걸어와서 서로의 모든 것이 되기 위해 오랜 기다림 끝에 혼례식을 치르는 날 ​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라 둘이 함께 하나 되어 사랑의 층계를 오르려는 사랑의 사람들이여 ​ 하얀 혼례복처럼 아름답고 순결한 기쁨으로 그대들의 새 삶을 채우십시오 ​ 어느 날 시련의 어둠이 닥치더라도 함께 참고 함께 애써 더욱 하나 되는 사랑의 승리자가 되어 주십시오 ​ 서로가 서로에게 문을 열어 또 한 채의 '사랑의 집'을 이 세상에 지으려는 사랑의 사람들이여 ​ 사랑할수록 애틋하게 타오르는 그리움과 목마름으로 ​ 마침내는 주님의 이름을 나직이 불러보는 고운 사람들이여 ​ 어떠한 슬픔 속에서도 이 세상에 살..
박노해님의 시 [동그란 길로 가다] 동그란 길로 가다 - 박노해 시-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유안진님의 시 [살아온 세월은 아름다웠다고] 살아온 세월은 아름다웠다 -유안진- 살아온 세월은 아름다웠다고 비로소 가만가만 끄덕이고 싶습니다. 황금저택에 명예의 꽃다발로 둘러 싸여야만이 아름다운 삶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길지도 짧지도 않았으나 걸어온 길에는 그립게 찍혀진 발자국들도 소중하고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 주는 사람과 얘기거리도 있었노라고... 작아서 시시하나 안 잊히는 사건들도 이제 돌아보니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 있었노라고... 그래서 우리의 지난 날들은 아름답고 아름다웠으니 앞으로도 절대로 초조하지 말며, 순리로 다만 성실을 다하며, 작아도 알차게 예쁘게 살면서, ​이 작은 가슴 가득히 영원한 느낌표를 채워 가자고... 그것들은 보석보다 아름답고 귀중한 우리의 추억과 재산이라고 우리만 아는 미소를 건네 주고 싶습니다. ​ 미인이 못 되어도..
윤보영님의 시 [8월에게] 8월에게 -윤보영- 반갑다,8월! 참 많이 기다렸지? 기다린 만큼 더 짙은 시간으로 채워 떠날 때는 아쉬움이 없도록 하자. 너로 인해 들판의 곡식은 단단하게 여물 것이고 사람들 이마에 흐른 땀도 더 보람 있어지겠지. 가까이 다가왔던 하늘은 높아지기 시작할 테고 높아진 만큼 물은 더 멀리 흘러가겠지. 그 빈자리를 우리 보람 있는 시간으로 채우자 8월 너랑 나랑 힘을 합치면 안 되는 게 무엇이며 못 이룰 게 뭐가 있겠니. 12월이 되어 한 해라는 이름으로 올해를 지울 때 내 너를 힘주어 기억하겠다. 애인처럼 내 멋진 8월! 반갑다 무리 없이 와 주어 고맙다.
양광모님의 시 [비오는 날의 기도] ​ 비 오는 날의 기도 ​-양광모- ​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 소리가 아니라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 없이 내려 그 땅에 꽃과 열매를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워내는 봄비처럼 살게 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주는 단비 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 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박완서님의 글 [일상의 기적] 일상의 기적 -박완서 글-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