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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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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복님의 시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정연복- 티없이 맑은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게 힘들다고 한숨 쉬지 말자 흰 구름 흘러가는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속상한 일 너무 많다고 눈물 보이지 말자.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삶의 시련과 괴로움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없는 것 눈이 부시도록 파란 가을아래 아래서 자꾸만 약한 모습 보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 그렇군요 약한 모습 보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군요 병원가는 길 초록불이 잠시 멈춤을 알리고 하늘 한 번 올려다보았더니,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있었고 문득 정연복님의 시가 떠올라 위안을 줍니다. 신비스런 생명체가 완성이 되어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 닳고 닳도록 열심히 살다보니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며..
도종환님의 시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김남조님의 시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김남조- 너로 말하건 또한 나로 말하더라도 빈손 빈 가슴으로 왔다 가는 사람이지 기린 모양의 긴 모가지에 멋있게 빛을 걸고 서있는 친구 가로등의 불빛으로 눈이 어리었을까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쯤 봐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사락사락 싸락눈이 한 줌 뿌리면 솜털 같은 실비가 비단길 물보라로 적시는 첫봄인데 너도 빗물 같은 정을 양손으로 받아주렴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 것도 무상으로 주는 정의 자욱마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 없는 벗이여
함석헌님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김재진님의 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한 마음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뜷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로 세르게예비치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올지니. 마음은 언제나 내일에 살고 오늘은 우울하고 슬프기도 한 것!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들은 또다시 그리워지니리. ---------------------------------- Should this life sometime deceive you… -Alexandr Pushkin- Should this life sometime deceive you… Don’t be sad or mad at it! On a gloomy day, submit: Trust – fair day will come, why grieve you? Heart live..
이해인님의 시 [아! 삶이란 때로 이렇게 아프구나] 아! 삶이란 때로 이렇게 외롭구나 -이해인-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 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로 이렇게 외롭구나.
윤동주님의 시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