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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좋은글,좋은책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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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님의 《송년에 즈음하면》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시-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년이 한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 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덤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립니다 일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 ------------------- 12월입니다. 아파트 담벼락에 동백꽃이 피어납니..
김정래시인의 《물처럼 사랑하고싶다》 《물처럼 사랑하고 싶다》 -김정래 시- 내 고운 사람아 당신을 물처럼 사랑하고 싶다. 당신이 네모이면 네모의 사랑으로 당신이 둥글면 둥근 사랑으로 그저 당신의 마음 따라 사랑하고 싶다. 내 고운 사람아 물은 다툼이 없다. 흐르다 돌이 있으면 비켜가고 길 따라 오직 한 곳으로 흘러만 간다. 내 마음도 그런 마음이다. 당신이 오라는 곳으로 당신이 숨 쉬는 곳으로 내 한 몸 당신을 향해 오직 사랑 하나만으로 유유히 흘러만 가고 싶구나 내 고운 사랑아 흐르다 흘러 바다인 당신의 가슴에 나의 마지막 종착지가 되어 영원히 안기어 잠들고 싶다. ---------------------------------------
서산대사의《해탈시》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 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 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가을시《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김준엽시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시:김준엽-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나는 후회 없이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겁니다 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
이해인시인의 "가을일기" 가을일기 -이해인 시- 잎새와의 이별에 나무들은 저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 시로 물든 내마음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잎에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에 너를 향한 그리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 비로소 아는구나. 곁에 있어도 늘 함께 있는 너에게 가을 내내 단풍위에 썼던 고운 편지들이 한잎 한잎 떨어지고 있구나 지상에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 붉게 물들었던 아픔들이 소리없이 무너져 내려 새로운 별로 솟아 오르는 기쁨을 나는 어느새 기다리고 있구나. ----------------- 유난스런 여름을 보내고 영 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바람에 옷깃을 여며봅니다. 붉게 타오르는 나무는 잎새와의 이별이 서러워 얼마나 가슴이 에일까요? 자연스레 생각이 깊어지고 숙연해지는 사색의 계절에 고운 글로 우리의 마음을 다..
숙명여대 초대학장 임숙재님의 사연《흑수저》 당신의 시련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신은 우리에게 견딜만큼의 시련만 주신다고 하지요. 오늘 힘들고 괴로워도 이 시련은 나를 일으키려는 밑거름이 되겠거니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잘 견뎌내는 상큼한 봄날아침이기를 바래봅니다 ---------------------------------- - 흙수저 - 충남 예산에 꽃다운 처녀가 있었습니다. 이 꽃다운 처녀가 17살에 연지곤지 찍고 시집을 갔는데 시집간지 2년만에 서방이 갑자기 죽어 채 피지도 못한 19살 나이에 과부가 되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그를 볼때마다 "불쌍해서 어쩌노~ 나이가 아깝네!!" 하면서 위로해 주었지만 19살 과부는 죽은 서방이 너무도 원망스럽고 서러워 울기도 많이 울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마음을 다잡아 먹고 거울 앞에 앉아 긴 댕기머리 카락을 ..
양광모시인의 《누군가 물어볼 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물어볼 지도 모릅니다 -양광모 시- 생의 마지막 날에 누군가 물어볼 지도 모릅니다 몇 사람이나 뜨겁게 사랑하였느냐 몇 사람이나 눈물로 용서하였느냐 몇 사람이나 미소로 용기를 주었느냐 생의 마지막 날에 누군가에게 대답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려 노력했습니다 생의 마지막 날에 아무도 묻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렇더라도 오직 한 사람, 당신 자신에게는 대답해야만 할 것입니다 나는 한 번뿐인 삶을 정녕 온 힘을 다해 살았노라고. 양광모시집 중에서^^ ------------------ ------------------ 하늘에서 보기에 지상의 봄이 너무 아름다웠나봐요~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너무 혹독했지요? 성난 파도가 휩쓸..
혜민스님의 글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요》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요 -혜민스님의 글-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요. 사람들에게 치여 상처받고 눈물 날 때, 그토록 원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사랑하던 이가 떠나갈 때, 우리 그냥 쉬었다 가요.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친구들을 만나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들, 서럽고 안타까웠던 이야기, 조근조근 다 해버리고 힘든 내 마음을 지탱하느라 애쓰는 내 몸을 위해 운동도 하고 찜질방도 가고 어렸을 때 좋아했던 떡볶이, 오뎅 다 사 먹어요. 평소에 잘 가지 않던 극장에도 가서 제일 웃긴 영화를 골라 미친 듯이 가장 큰 소리로 웃어도보고 아름다운 음악, 내 마음을 이해해줄 것 같은 노래 재생하고 재생해서 듣고 또 들어봐요. 그래도 안 되면 병가 내고 며칠 훌쩍 여행을 떠나요.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