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761)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완작가님의 책 [죽은 자의 집 청소] 스산한 바람 부는 늦가을 저녁! 이 스산함을 메꾸어 줄 무언가를 찾아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코너를 감성 가득한 눈으로 스캔하는데 범상치 않은 제목의 책이 내 눈을 사로잡네~~^^ 김완작가님은 어떤 분일까?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고, 대학에서 시를 전공했다. 출판과 트랜드 산업 분야에서 일하다가 전업작가로 살고자 삼십 대 후반에 돌연 산골 생활을 했다. 그 후 취재와 집필을 위해 몇 년 동안 일본에 머물며 죽은 이가 남긴 것과 그 자리를 수습하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후 귀국하여 특수청소 서비스회사 '하드웍스'를 설립하여 일하고 있으며,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죽음 현장에 드러난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라는 첫페이지의 글을 읽고 바로 집어든 .. 이해인님의 시 [산처럼 바다처럼] 산처럼 바다처럼 -이해인- 산을 좋아하는 친구야 초록의 나무들이 초록의 꿈 이야기를 솔솔 풀어 내는 산에 오를 때마다 나는 너에게 산을 주고 싶다 수많은 나무들을 키우며 묵묵한 산 한결같은 산처럼 참고 기다리는 마음을 우리 함께 새롭히자 바다를 좋아하는 친구야 밀물과 썰물이 때를 따라 움직이고 파도에 씻긴 조가비들이 사랑의 노래처럼 널려 있는 바다에 나갈 때마다 나는 너에게 바다를 주고 싶다 모든 것을 받아 안고 쏟아 낼 줄 아는 바다 바다처럼 넉넉하고 지혜로운 마음을 우리 함께 배워 가자 젊음 하나만으로도 나를 기쁘게 설레이게 하는 보고 싶은 친구야 선한 것, 진실한 것, 아름다운 것을 목말라하는 너를 그리며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산의 깊은 마음과 바다의 어진 마음으로 나는 너를 사랑한다 허영자님의 시 [그대의 별이 되어] 그대의 별이 되어 - 허영자 - 사랑은 눈멀고 귀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 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나태주님의 시 [좋은 때] 좋은 때 -나태주- 언제가 좋은 때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지금이 좋은 때라고 대답하겠다 언제나 지금 바람이 불거나 눈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햇빛이 쨍한 날 가운데 한 날 언제나 지금은 꽃이 피거나 꽃이 지거나 새가 우는 날 가운데 한 날 더구나 내 앞에 웃고 있는 사람 하나 네가 있지 않느냐. 문병란님의 시 [직녀에게] 직녀에게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올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 안도현님의 [모닥불] 모닥불 -안도현-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어두운 청과시장 귀퉁이에서 지하도 공사장 입구에서 잡것들이 몸 푼 세상 쓰레기장에서 철야 농성한 여공들 가슴속에서 첫차를 기다리는 면사무소 앞에서 가난한 양말에 구멍난 아이 앞에서 비탈진 역사의 텃밭 가에서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 있는 곳에서 모여 있는 곳에서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얼음장이 강물 위에 눕는 섣달에 낮도 밤도 아닌 푸른 새벽에 동트기 십 분 전에 쌀밥에 더운 국 말아먹기 전에 무장 독립군들 출정가 부르기 전에 압록강 건너기 전에 배부른 그들 잠들어 있는 시간에 쓸데없는 책들이 다 쌓인 다음에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언 땅바닥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훅훅 입김을 하늘에 불어놓는 죽음도 그리하여 삶으로 돌이키는 삶을 희망으로 전진시키는 그 날까지 끝까지 울음을 참아.. 안도현님의 시 [연탄 한 장] 연탄 한 장 -안도현-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이정하님의 시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이정하-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를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도 못 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 이전 1 ··· 43 44 45 46 47 48 49 ··· 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