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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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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복님의 시 [11월] 11월 -정연복- 가을과 겨울을 살며시 잇는 달 그래서 1이라는 숫자 둘이 모여 다리 모양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단풍의 시절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 생의 정점을 찍은 다음에는 겸손히 내려가야 하는 것. 쓸쓸히 지는 낙엽을 보며 삶의 깊이가 더해지고 나날이 추워지는 날씨 속에 따스한 사랑의 힘을 배우는 달.
나태주시인의 [선물] 선물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안도현님의 시 [사랑] 사랑 -안도현- ​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짓는 일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나로 하여 그이가 눈물짓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두려움으로 스스로 가슴을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내가 쓰러져 죽는 날에도 그이를 진정 사랑했었노라 말하지 않게 하소서 내 무덤에는 그리움만 소금처럼 하얗게 남게 하소서 ​
안도현님의 시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
이해인님의 시 [가을의 말] 가을의 말 - 이해인- ​ 하늘의 흰 구름이 나에게 말했다 ​ 흘러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흐르고 또 흐르다 보면 어느 날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 가을 뜨락의 석류가 나에게 말했다 ​ 상처를 두려워하지 마라 잘 익어서 터질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면 ​ 어느 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
제주도의 동굴사찰 [구암굴사] *위치:제주시 선돌목동길 27-11 차에서 내리니 사찰입구에서 포대화상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푸짐한 몸집과 천진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포대화상님은 미륵보살의 화신이라 합니다. 지혜를 얻으려면 머리를 만지고 복을 얻으려면 배를 만지면 된다고 하네요^^ 본명은 계차라는중국의 승려인데 뚱뚱한 몸집에 얼굴은 항상 웃으며 배는 풍선처럼 불뚝한 모습으로 지팡이 끝에다 커다란 자루를 걸러메고 다니는데 그 자루속에는 별별 게 다 들어있었다 합니다.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무엇이든 주는 대로 다 받아먹고 누구하고도 잘 어울리며 땅을 방바닥 삼고 구름을 이불 삼아 아무데서나 코를 골며 자는 대자연인의 모습으로 중생들을 제도하였던 스님이라고 합니다. 포대안에 있는 것을 중생이 원하는 대로 다 주어서 포대스님이라..
류시화님의 시 [가을 유서] 가을 유서 -류시화- 가을엔 유서를 쓰리라 낙엽이 되어버린 내 작은 노트 위에 마지막 눈감은 새의 흰 눈꺼풀 위에 혼이 빠져 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 갑자기 쌀쌀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 하룻밤 새하얗게 돌아선 양치식물 위에 나 유서를 쓰리라 파종된 채 아직 땅속에 묻혀 있는 몇 개의 씨앗들과 모래 속으로 가라앉는 바닷가의 고독한 시체 위에 앞일을 걱정하며 한숨짓는 이마 위에 가을엔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장 먼 곳에서 상처처럼 떨어지는 별똥별과 내 허약한 페에 못을 박듯이 내리는 가을비와 가난한 자가 먹다 남긴 빵 조각 위에 지켜지지 못한 채 낯선 정류장에 머물러 있는 살아 있는 자들과의 약속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을이 오면 내 애인은 내 시..
조병화시인의 [외로운 사람에게] 외로운 사람에게 -조병화- 외로운 사람아, 외로울 땐 나무 옆에 서 보아라 나무는 그저 제자리 한평생 묵묵히 제 운명, 제 천수를 견디고 있나니 너의 외로움이 부끄러워지리 나무는 그저 제자리에서 한평생 봄, 여름, 가을, 겨울, 긴 세월을 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가면서 상처를 입으면 입은 대로 참아 내며 가뭄이 들면 드는 대로 이겨 내며 홍수가 지면 지는 대로 견디어 내며 심한 눈보라에도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고 의연히 제 천수를 제 운명대로 제자리 지켜서 솟아 있을 뿐 나무는 스스로 울질 않는다 바람이 대신 울어 준다 나무는 스스로 신음하질 않는다 세월이 대신 신음해 준다 오, 나무는 미리 고민하지 않는다 미리 근심하지 않는다 그저 제 천명 다하고 쓰러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