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761) 썸네일형 리스트형 복효근님의 시 [안개꽃] 안개꽃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도종환님의 시 [자목련] 자목련 -도종환-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 안고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자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 정호승님의 세월호 추모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김남조님의 시 [편지] 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귀절 쓰면 한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김재진님의 시 [토닥토닥] 토닥토닥 - --김재진-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강은교시인의 [사랑법]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도종환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만개한 동양란 [금기] 옛부터 사군자의 하나로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동양란! 날 선 잎끝에 황백색 무늬가 있는 이 난의 이름은 "금기"입니다. 여름에 꽃이 피는 동양란인데 이렇게 예쁘게 피어주니 보는 이의 마음도 따라 활짝 피어납니다. 때 맞춰 물주고 약간의 햇빛 외에는 아무 것도 준 게 없는데 해마다 이렇게 기쁨을 주는 고마운 나의 반려식물입니다^^물주기는 열흘에 한 번 정도 난석이 흠뻑 젖어 물이 흘러나오도록 주고 환기를 시켜줍니다.금기라는 이름은 금의 기운을 가졌다 해서 "금기"라 불리운다는 설도 있고, 비단으로 만든 깃발이라는 뜻으로 "금기"라 불리운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전 1 ··· 49 50 51 52 53 54 55 ··· 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