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761) 썸네일형 리스트형 안도현님의 시 [가을 엽서]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이정하님의 시 [비] 비 -이정하- 그대 소나기 같은 사람이여 슬쩍 지나쳐 놓고 다른데 가 있으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몸은 흠뻑 젖었는데 그대 가랑비 같은 사람이여 오지 않는 듯 다가와 모른척 하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마음까지 젖어 있는데 이수동님의 시 [동행] 동행 -이수동-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추억의 꽃 [흰꽃나도사프란] 인생이란 짧고도 긴 여정 ! 살아가면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떠오르는 추억들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 시골집의 추억은 아련한 향수되어 살포시 입가에 미소를 머물게합니다. 우연히 친구집을 방문했다가 아파트 뜨락에 심어진 하얀 꽃을 발견했습니다. 유년을 보냈던 나의 고향집은 유난히 올레가 긴 집이었습니다. 그 올레 양쪽으로 피어오르던 하얀 꽃, 제주도사투리로는 마농꽃이라 불렀었습니다. ('올레'란 말은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집마당까지 이어진 좁은 길을 말하는 제주도 방언입니다) 유난히 하얀 색을 좋아했던 아버지! 아버지는 긴 올렛길에는 하얀 마농꽂을 심고, 장독대를 빙둘러 하얀 장미로 담장을 올렸었습니다. 오늘 이 추억속의 꽃을 마주하니 그리운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고 , 철없이 뒹굴던 어린시절 기억들이 .. 허영자님의 시 [그대의 별이 되어] 그대의 별이 되어 -허영자 - 사랑은 눈멀고 귀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 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시바타 도요님의 시 [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님은 나이 98세에 자신의 장례비로 모아두었던 100만엔으로 첫시집 를 출간한 일본의 할머니 시인이십니다 98세에 데뷔하여 102세 되던 2013년까지 수많은 작품들로 힘든 영혼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신 영향력 있으신 분이십니다. 마음은 얼마나 순수하신지 써내려간 한 줄 한 줄이 동시처럼 티없이 맑고 깨끗합니다. 오늘은 시바타 도요님의 글을 빌어 내어깨를 토닥토닥 ...위로받는 하루입니다^^ 정연복님의 시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정연복- 티없이 맑은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게 힘들다고 한숨 쉬지 말자 흰 구름 흘러가는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속상한 일 너무 많다고 눈물 보이지 말자.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삶의 시련과 괴로움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없는 것 눈이 부시도록 파란 가을아래 아래서 자꾸만 약한 모습 보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 그렇군요 약한 모습 보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군요 병원가는 길 초록불이 잠시 멈춤을 알리고 하늘 한 번 올려다보았더니,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있었고 문득 정연복님의 시가 떠올라 위안을 줍니다. 신비스런 생명체가 완성이 되어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 닳고 닳도록 열심히 살다보니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며.. 도종환님의 시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이전 1 ··· 50 51 52 53 54 55 56 ··· 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