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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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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님의 시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김남조- 너로 말하건 또한 나로 말하더라도 빈손 빈 가슴으로 왔다 가는 사람이지 기린 모양의 긴 모가지에 멋있게 빛을 걸고 서있는 친구 가로등의 불빛으로 눈이 어리었을까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쯤 봐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사락사락 싸락눈이 한 줌 뿌리면 솜털 같은 실비가 비단길 물보라로 적시는 첫봄인데 너도 빗물 같은 정을 양손으로 받아주렴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 것도 무상으로 주는 정의 자욱마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 없는 벗이여
함석헌님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김재진님의 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한 마음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뜷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로 세르게예비치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올지니. 마음은 언제나 내일에 살고 오늘은 우울하고 슬프기도 한 것!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들은 또다시 그리워지니리. ---------------------------------- Should this life sometime deceive you… -Alexandr Pushkin- Should this life sometime deceive you… Don’t be sad or mad at it! On a gloomy day, submit: Trust – fair day will come, why grieve you? Heart live..
이해인님의 시 [아! 삶이란 때로 이렇게 아프구나] 아! 삶이란 때로 이렇게 외롭구나 -이해인-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 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로 이렇게 외롭구나.
윤동주님의 시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
안도현님의 시 [연탄 한 장] 연탄 한 장 - 안도현- ​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 생각하면 삶이란 산산히 으깨는 일 ​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
정열의 화신 [비목단] or [비모란선인장] 탐스럽고 정열적인 저 레드빛 꽃송이를 보세요~ 꽃이 아닌데도 꽃보다 더 예쁜 선인장 [비목단]을 들였습니다. 제식구로 들였으니 잘 키워야겠지요? 어머나~ 나의 무지는 어디까지일까요ㅎ 선인장 몸체에 피어난 열매같은 꽃인가 했더니 꼭대기의 빨간 원형의 물체는 "모란옥"이었습니다.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할 수가 없기때문에, 몸체가 되어주는 초록색 삼각주선인장에 접목시켜 비로소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이 된 거랍니다 ^^ 삼각주선인장은 비모란에게 영양을 몰아주기 위해 몸체에 붙은 눈을 전부 제거한다고 하네요~ 접목선인장이 국내수출 효자상품 역할을톡톡히 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을 겁니다. 세계수출시장의 70%를 국내 접목선인장이 차지한다고 하네요. 수출효자상품 국산접목선인장으로는 비모란선인장 외에도 여우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