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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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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원님의 시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용혜원-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온 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내려가고 싶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 구름처럼 몰려와 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아놓는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온 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 마음이 착하고 고운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
김민소님의 시 [사람이 선물입니다] 사람이 선물입니다 -김민소- 하늘이 빛나는 것은 은하수 때문이고 들판이 빛나는 것은 원시림 때문이고 세상이 빛나는 것은 사람 때문입니다. 아픔이 소중한 것은 기쁨과 함께하기 때문이고 실패가 소중한 것은 성장과 함께하기 때문이고 세상이 소중한 것은 사람과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받아들이는 아름다움을 배우게 하고 세상은 나누는 아름다움을 배우게 하고 사람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해줍니다. 살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가슴 따뜻한 사람과의 만남입니다. 사람이 선물입니다.
이해인님의 시 [친구야 너는 아니] 친구야. 너는 아니 -이해인--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도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사람들끼리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것도 참 아픈 거래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참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처럼 하시던 이야기가 자꾸 생각 나는 날 친구야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내마음 너는 아니 향기 속에 숨긴 나의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것 너는 아니
이정하님의 시 [고슴도치사랑] 고슴도치사랑 -이정하- 서로 가슴을 주어라 그러나 소유하려고 하지 말라 소유하고자 하는 그 마음 때문에 고통이 생겨나니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지 못해 자신의 온기 만이라도 전해 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 않을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그들은 행복했네 행복할 수 있었네
홍사윤님의 시 [꽃무릇] 꽃무릇 -홍사윤- 떠나간 님을 못 잊어 그리움 속에 애처로이 피는 꽃이여! ​ 언제나 오시려나 피눈물 흘리며 망부석이 되어버린 꽃이여!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애간장 태우며 그리움 안고 피어 있구나 ​ 만날 수 없는 꽃잎 사랑 애절한 그리움 피를 토하며 핀 상사화야! ​ 속절없이 진다 해도 피눈물 흘러내린 대지 위에 사랑의 꽃피우리라
정호승님의 시 [너에게] 너에게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이외수님의 시 [11월] 11월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은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목필균님의 시 [11월의 느티나무] 11월의 느티나무 -목필균- 점점 체온을 잃어가는 너를 위해 햇살 한 줌 뿌려본다 추워질수록 걸친 옷가지 훌훌 벗어 던지는 자학의 몸짓들 다 쓸려 사라져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먼길을 뿌리로 서서 너는 시린 바람 안으로 채우며 한 해의 칼 금을 긋고 있구나